러시아, 제재가 불러온 해외 온라인 직구 풍경 해외상품 배송·결제 막히자 구매대행 성행
러시아, 제재가 불러온 해외 온라인 직구 풍경 해외상품 배송·결제 막히자 구매대행 성행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아디다스, 나이키, 퓨마, H&M, 자라, 리바이스 등 많은 해외 브랜드들이 러시아 내 온·오프라인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 3월에는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러시아에서 발급된 카드의 해외 결제 서비스를 접었으며 이베이, 아마존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도 러시아로의 상품 배송을 중단했다.
현지 카드의 해외 결제 불가, 해외 온라인 플랫폼의 배송 중단은 러시아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 급감과 이에 대한 반사 현상으로 국내 온라인 마켓 구매 급증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월 전년 동월 대비 67% 증가한 해외 직구시장은 2월에는 28%로 성장세가 둔화됐으며 3월에는 -55%로 우크라이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러시아 내 온라인 구매는 1월 50%, 2월 64%, 3월 77%로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지난해 1분기 러시아 내 온라인 소매 판매는 1조2500억 루블을 기록했는데 이 중 국내 온라인 구매가 92%, 해외 온라인 구매가 8%를 차지했다.
러시아 전자상거래기업협회(AKIT)는 “서방의 제재에 따른 해외 사이트 결제불가능으로 해외 온라인 플랫폼으로부터 직구가 거의 제로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재에 발 빠르게 대응해 온라인 결제, 배송 대행 등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가파른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의 해외 구매 및 배송 대행 서비스 업체인 박스버리는 2분기까지 해외 온라인 플랫폼 주문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9배에 이르렀으며 다른 기업들도 수배의 매출 증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러시아 소비자들의 해외 구매대행 이용 주요 요인이 저렴한 가격이었다면 올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함께 러시아에 없는 브랜드를 쇼핑할 수 있다는 점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3월까지 월 200유로였던 면세 한도가 4월부터 1000유로로 확대된 것도 러시아 소비자들이 해외 구매대행 서비스를 부추겼다.
러시아 구매대행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주문, 결제, 배송 대행으로 구분된다. 업체별로 제공 서비스와 절차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유사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해외 직구를 희망하는 러시아 소비자는 먼저 대행업체 사이트 회원 가입 후 자신이 희망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원하는 상품의 판매 링크와 함께 색상, 사이즈, 수량 등 제품 특성을 기입한 신청서를 제출한다.
이후 서비스 비용 결제를 위해 개인 계정의 금액을 충전하는데 이때 러시아에서 발급된 은행 카드는 물론 키위 같은 가상지갑도 활용할 수 있다.
그 다음은 고객의 신청서를 바탕으로 대행업체가 온라인으로 직접 상품을 주문하고 결제를 진행한다.
여기서 구매를 대행하는 사람을 ‘바이어’ 등으로 부르는데 이들은 주로 해외 사이트에 계정을 가지고 있으며 개인 카드 등으로 결제까지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개인인 경우가 많다.
주문 시 배송지는 구매대행 업체들이 지정한 창고 등 특정 장소이고 이곳에서 구매자들에게 상품을 배송한다.
구매대행 서비스 이용 시 러시아 소비자는 제품 구매 가격의 10% 수준(제품 가격이 낮을 경우 일반적으로 건당 최소 5달러 이상 부과)의 수수료를 제품가격 이외에 납부하며 제품 종류, 무게에 따라 배송비(보통 최소 16달러 이상)와 면세 한도 초과 시 관세를 내야 한다.
면세 한도는 제품 가치 기준 1000유로, 무게 기준 1개 소포당 31kg로 둘 중 하나만 초과해도 관세 납부 대상이다.
또한 가치 기준으로 초과 가치의 15%에 해당하는 금액, 무게의 경우 초과 무게 1kg당 2유로 이상의 관세를 지불해야 한다. 통관은 보통 12~36시간, 전체 배송에는 약 2~3주가 소요된다.
현재 러시아에는 CDEK포워드, 박스버리, 라이트MF, 유로자카즈 등 여러 업체가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며 업체별로 빠른 배송, 문 앞 배송, 배송비 할인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 구독제를 실시하고 있는 곳도 있다.
8월부터는 러시아 국영 우편 서비스 기업 러시아우체국도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품을 구매대행하고 미국 내 중개업체를 통해 물건을 받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해외 구매 및 배송 대행 사업에 뛰어들었다.
러시아 전자상거래기업협회(AKIT)에 따르면 지난해 1~2분기 러시아에서 해외 온라인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품목은 디지털 및 가전제품, 가구 및 가정용품, 의류 및 신발, 자동차부품 및 액세서리, 식료품 순이었으며 상위 5개 품목의 거래 비중이 89%에 달했다.
평균 금액이 가장 높은 품목은 의류 및 신발(1만4043루블), 식료품(1만1885루블), 서적(8011루블), 미용 및 건강(7037루블), 가구 및 가정용품(5800루블) 등이었다.
한편 CDEK포워드가 발표한 해외 온라인 구매 인기 품목은 건강보조제, 재킷, 티셔츠, 바지, 가방, 운동복 및 운동화, 속옷, 드레스, 전자 및 가전제품, 건축자재 등이었다.
올해 상반기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브랜드는 ‘캘빈클라인’으로 2만8561개의 상품이 판매됐으며 이어 ‘타미힐피거’(2만5597개), ‘마이클코어스’(1만6774개), ‘나우푸드’(13085개), ‘캘리포니아골드뉴트리션’(1만0309개), ‘DKNY’(7759개), ‘빅토리아시크릿’(7542개), ‘갭’(6901개), ‘게스’(6727개), ‘뉴밸런스’(6252개) 등이 판매량 상위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지난 3월 유럽연합(EU)이 4번째 제재 패키지를 도입함에 따라 300유로를 초과하는 사치품의 러시아 반입이 금지됐으며 옷, 신발, 도자기, 액세서리, 화장품, 향수 등 주요 품목의 러시아 수출도 이 제재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또한 지난 3월 중순 주류, 담배, 향수, 개당 도매가격이 1000달러 이상인 의류 및 신발, 보석, 실크, 전기차, 오토바이, 선박용 엔진 등 사치품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했다. 9월에는 미 상무부가 러시아에 대한 사치품 판단 기준 금액을 기존의 1000달러에서 300달러로 낮췄다.
미국의 러시아 사치품 통제 가격 한도가 EU 수준으로 더욱 강화되면서 러시아 해외 온라인 구매 대행업체들의 비즈니스와 현지 소비자들의 구매 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보인다.
KOTRA 무역관이 러시아 온·오프라인 뷰티 유통망 K사 관계자를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해외 온라인 구매대행 서비스 이용의 주요 장점은 제재 상황 속에서도 외국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다양한 지불 방법을 활용하고 여러 상품을 묶음 배송해 물류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반품 시 높은 수수료, 긴 배송시간 등은 단점이다.
러시아 해외 구매대행 시장의 성장이 일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조사기관 인포라인애널리틱스의 미하일 부르미스트로프 최고경영자(CEO)는 “소매 판매에서 이들 서비스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현재 러시아 내 구매, 결제, 배송 등의 애로에 따른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일시적인 옵션일 뿐”이라며 “서비스 확장이 쉽지 않고 안정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 소식을 전한 KOTRA 블라디보스토크 무역관은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다수 해외 브랜드들의 러시아 시장 철수로 물자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는 병행수입 제도 도입 등을 통해 해외 제품시장 공급을 장려하고 있지만 높은 가격, 좁은 선택 범위 등의 문제가 지속될 경우 해외 온라인 구매대행 서비스 이용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향후 서방의 제재가 더욱 강화될 경우 러시아 구매대행 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9월부터 미국의 수출통제 사치품 가격 한도가 300달러로 낮아지면서 고가의 가전제품이나 명품보다는 합리적이고 저렴한 가격의 제품 구매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KOTRA 블라디보스토크 무역관 제공
정리=이용석 기자
원문출처: https://www.weeklytrade.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136&no=84883